`더 리더 - 책 읽어 주는 남자`는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소설 `더 리더`가 빌리 엘리어트를 연출한 `스티븐 돌리드` 감독에 의해 각색된 영화다. 원작 소설은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어린 시절을 소재로 작성되었다. 베른하르트는 1944년생으로 세계 2차 대전이 끝날 무렵 독일에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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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집필한 그의 이력은 특이하다. 그는 하이델르크 대학교와 베를린 자유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이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헌법 재판소에서 판사로 재직한다. 몇 년 후 판사와 겸직으로 베를린 홈볼트대학에서 공법 및 법철학 교수로 재직한다.
1995년에 판사이자 법학대학 교수였던 그가 집필한 소설이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다. 이 이야기에는 그의 이력과 삶이 모두 녹아있었다. `더리더`는 그의 어린 시절 로맨스, 법조인으로서의 경험과 생각, 전쟁 이후의 나치 독일 범죄에 대한 독일인의 과거사 반성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더 리더를 감상하며 “주인공이 왜 저런 행동을 할까?”, “저 행동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원작자 베른하르트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독자들에게 관점을 제시하지 않고, 그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야기들 안에서 자유롭게 길을 찾아가도록 하고 싶다.”
그 때문에 앞서와 같은 궁금증 드는건 작가의 의도가 절묘하게 먹힌 것이었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이 글은 영화의 내용을 전개하고, 동시에 영화를 감상하며 궁금했던 사실들의 해답을 함께 찾아보려 한다. 그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 책을 읽어주는 행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 한나에게 목욕의 의미는 무엇인가?
- 한나가 자살한 이유는 무엇인가?
10 대의 소년 마이클은 길을 걷다 심한 구토감을 느끼고 골목으로 급히 들어간다. 이를 본 30대의 여성 한나는 구토를 치우고, 마이클에게 도움을 주어 집까지 데려다준다. 마이클은 `성홍열`이라는 병에 걸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병이 치료되고, 몸이 괜찮아지자 마이클은 꽃 한다발 사서 한나의 집에 찾아가 고마움의 인사를 한다. 고마움의 인사를 받은 한나는 외출 준비로 옷을 갈아입기 위해 마이클에게 밖에 나가있으라고 한다. 하지만 마이클을 이를 몰래 숨어보고, 한나가 이 사실을 알게 되자 마이클은 도망간다. 이때 한나는 당황하거나, 기분 나쁜것이 아닌 오묘한 눈빛을 보인다. 얼마 후 한나의 집에 다시 찾아온 마이클에게 한나는 석탄 심부름을 시킨다. 마이클은 석탄 심부름을 하고 몸 전체에 잿가루가 묻는다. 한나는 마이클에게 그렇게 집에 갈 수는 없다며, 씻기 위한 목욕물을 받아준다. 한나는 목욕을 마친 마이클에게 알몸으로 나타나고, 둘은 격정적인 육체적 사랑을 나눈다.
이 사건이 있은 후 마이클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언제나 한나의 집에 들러 육체적인 사랑을 나누고 함께 목욕을 하고, 교감을 나눈다. 그러던 중 한나는 마이클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마이클에게 그녀를 위해 책을 읽어줄 것을 부탁한 것이다. 그때부터 그 둘은 사랑을 나눈 후 책을 읽었다. 얼마 후 한나의 부탁으로 이 순서는 뒤 바뀌어 둘은 책을 읽은 후 사랑을 나눈다. 한나에게는 책을 읽는 것은 성적인 욕망보다 더 큰 의미였다.
둘은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 너무나 즐거운 둘이었지만, 한나에게 이상한 모습이 보인다. 음식점에서 메뉴판을 보며 무엇을 먹을 건지 묻는 마이클의 말에 한나는 일그러진 표정을 보이며, 마이클과 같은 것을 먹는다고 말한다. 음식점 주위에 아이들이 메뉴판을 보며 장난을 치는 모습에도 한나는 심각한 표정이된다. 그녀는 글을 읽을 수도 쓸 수도 없는 문맹이었다.
한나와 마이클의 즐거운 나날은 오래지 않았다. 전차 검표원이던 한나에게 그의 상사는 사무직으로 승진될거라는 말을 한다. 문맹이던 한나에게 그 소식은 청천벽력이었다. 한나는 마이클에게 이제 너의 자리로 돌아가라 말하며 마지막으로 마이클의 몸을 꼼꼼히 목욕시켜주고 홀연히 떠난다.
몇 년 후 마이클은 법대생이된다. 그리고 전쟁 범죄 재판으로 시끄러운 재판장에 방문한 마이클은 그곳에 피고로 있는 한나를 본다. 한나는 과거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감시원으로 일했다. 재판장에서 감시원으로 일할 당시 그녀의 동료들은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위해 거짓 증언을 한다. 하지만 그녀는 솔직하게 모든 증언을 말한다. 그녀는 그때까지도 본인의 잘못을 알지 못한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 나치에 가담했고, 감시원이라는 직업윤리를 다한 것 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재판을 통해 그녀가 과거부터 어린 소년들에게 잘해주며, 그 들이 책을 낭송하도록 했다는 사실 또한 밝혀진다.
한나에게 책을 읽어 주는 행위는 무엇을 의미했을까? 이는 무지에서 벗어나 진짜 본인의 모습을 찾고 싶은 한나의 내면 깊은 곳의 생각일 것이다. 한나는 친절했다. 생면부지의 10대 소년 마이클이 아파할 때 그녀만이 그를 도왔고, 수용소에서도 어린아이들을 챙겨주는 등 피해자들도 처음에는 한나가 가장 친절해 보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무지했던 한나는 그저 돈벌이 수단을 위해 나치의 일원이 되었다.감시원의 역할을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 매달 10명씩 가스실로 보내는 사람을 선별하고, 수감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폭탄이 떨어져 화염에 휩싸인 교회의 잠긴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지만, 외부세계와 타인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았다. 문맹이었기 때문에 사유하는 능력이 매우 부족했을 것이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한나는 본인과 반대되는 책을 읽는 행위에 굉장히 매료된다. 마이클이 책을 읽어줄때 처음으로 웃음과 울음을 보여주며, 성욕보다도 책을 우선시한다. 한나의 이런 모습을 볼때 내면 깊은 곳에서는 그녀의 무지를 벗어나고 싶어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죄를 밝히고 싶지 않았던 그녀의 동료들에게 진실만을 말하는 한나는 방해물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한나가 감시원의 모든 책임자였으며, 그곳에서 일어난 모든 악독한 행위를 하도록 사인을 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판사는 한나에게 친필대조를 요구한다. 문맹이었던 한나가 당연히 그러한 행위를 했었을 리 없었고, 친필대조 또한 불가능했다. 하지만 한나는 ‘문맹’이라는 본인이 가장 수치스러워하는 비밀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본인이 했다는 거짓 자백을 한다. 재판 결과를 기다리며 한나는 목욕을하며 온몸을 깨끗이 씻는다. 그리고 재판 결과 그녀는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마이클은 절망하지만, 본인의 인생을 망치면서까지 그녀가 지키고 싶었던 비밀을 그대로 지켜준다. 그때부터 한나가 목욕을하는 장면은 볼 수 없었다.
한나에게 목욕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녀가 목욕을 하는 것을 과거 나치 독일에 개입한 자신을 정화하려는 행위였을 것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에서 목욕을 하는 장면은 자주 등장한다. 마이클과 처음으로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 마이클과 사랑을 나누는 장면, 마이클과 헤어지기 전 장면, 재판장에 들어서기 전 장면. 하지만 재판이 끝난 후 감옥에 갇혀 처벌을 받게 된 한나에게는 목욕하는 장면이 보이지 않는다. 한나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나치에 참여한 일에 무의식적으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그녀에게 목욕은 자신을 정화하는 의미로 매우 중요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재판이 끝난 후 목욕 장면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이유는 그녀가 자신을 정화하는 작업을 멈추고 죄의식을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이후 영화에서 그녀는 본인이 창피해하던 ‘문맹’이라는 사실을 더 이상 피하지 않고, 글을 배우는 장면이 나온다. 이 두 가지 사실은 연결된 것처럼 보인다.
시간이 흘러 한나는 노년, 마이클은 중년기에 접어든다. 결혼생활에 실패하고 이혼을 한 마이클은 이삿짐을 정리하던 중 본인이 한나에게 읽어주었던 책을 발견한다. 그리고 녹음기를 틀어 책을 낭송하고, 녹음 테이프를 만들어 감옥에 한나에게 보낸다. 한나는 녹음테이프를 들으며 글을 배운다. 그녀가 처음으로 공부를 시작한 단어는 ‘the’였다.
글을 읽고, 쓸 수 있게된 한나는 마이클에게 편지를 보낸다. 하지만 마이클은 한나에게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책의 녹음본만을 보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마이클에게 전화 한 통화가 온다. 한나가 곧 출소를 할 것이고, 마이클을 제외한 아무도 한나를 돌보아줄 사람이 없다는 내용의 전화였다. 마이클은 고민하지만 결국 한나를 찾아간다. 그리고 한나에게 그녀의 일자리와 집을 구해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녀가 옛날 생각을 많이 했는지, 기분은 어떤지 묻는다. 한나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재판전에는 옛날 생각 안 했어. 그럴 필요가 없었지. 내 생각은 중요한 게 아니야, 내 감정도 중요하지 않아, 죽은 사람들은 여전히 죽은거니까. 배운게 하나 있긴 해. 글을 배웠지.”
몇 일 후 한나의 출소일, 마이클은 10대 시절 그녀의 집에 처음 갔을 때 처럼 꽃 한 다발을 사서 한나에게 간다. 하지만 어린시절과 달리 한나는 이번에 꽃을 받지 못한다. 이미 그녀가 목을 메 자살한 후였다. 한나의 방에는 출소를 위한 아무런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한 적이 없는 것이다.
한나는 왜 자살을 선택했을까? 그녀는 문맹이었다. 이것은 그녀의 무지를 의미한다. 그녀는 무지했기 때문에 아우슈비츠의 감시원 생활을 하고, 수용자들을 학살하는 데 간접적인 도움을 준다. 그녀는 재판장에서까지도 본인의 잘못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감옥 안에는 글을 배우며 그녀는 무지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이미 과거의 잘못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서 한나는 본인의 잘못을 이해하게 된다. 죽기 전 마이클과에 대화에서도 본인의 생각과 감정은 중요하지 않으며, 사람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통감하는 장면에서 그녀가 과거의 잘못을 후회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한나는 홀로코스트의 피해자와 본인을 동일하게 만드는 도덕적인 판단의 방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이다. 그리고 삶을 끝내는 방식으로도 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그녀는 유대인 생존자에게 돈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그녀의 죄책감을 줄이려고 시도한다.
마이클에게는 한나의 마지막 편지와 그녀의 전재산이 전달된다. 마이클은 한나의 뜻대로 그녀의 전 재산을 아우슈비츠 수용소 피해자 가족에게 전달하러 가지만, 피해자 가족은 이를 거절한다. 피해자의 가족은 한나를 용서할 수 없었다. 이에 마이클은 유대인 문맹 퇴치 기관에 이 돈을 기부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한다. 피해자 가족은 거기에는 동의한다. 몇 년 후 마이클은 본인의 딸을 한나의 무덤에 데려가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영화는 마무리된다.
전쟁을 몸소 겪고, 관여한 한나는 전쟁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전쟁 직후, 전쟁의 영향권에서 아직 벗어 나지 못했던 마이클을 전쟁 2세대라고 한다면, 마이클의 딸과 현재를 살고있는 우리들은 전쟁과 별 연관이 없는 전쟁 3세대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클과 같은 전쟁 2세대들은 본인은 참여하지 않았던 전쟁 때문에 괴로워하고, 전쟁 1세대가 반성을 하도록 이끄는 사명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처럼 마이클은 전쟁 3세대인 우리에게 전쟁 1세대의 이야기를 하며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두 세대를 이어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두 가지 관점에서 깊이 고찰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첫 번째는 과거의 비극을 잊지 않는 것이다. 마이클이 대표하는 전쟁 2세대의 사람들처럼 전쟁의 기억이 희미해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이를 환기하는 행위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쉽게 잊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무지에 의한 악행도 악이라는 사실이다. 단편적으로만 보면 한나는 직업윤리가 뛰어나고 성실한 사람이다. 하지만 별생각 없이 명령에만 따르는 행동은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이를 막기 위해서 본인과 외부환경을 계속해서 사유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참고 문헌
1. 영화를 이용한 전체주의 바로 알기 - 영화 데벨레,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타인의 삶을 중심으로
2. Deconstructing the Character of Hanna Schmitz in Stephen Daldry´s The Reader (2008): Literacy as a Vehicle towards Moral Aware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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